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부탄 하늘장(조장) 의례,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불교식 시선

foco37god 2025. 7. 6. 12:47

히말라야 남쪽 경계선에 자리 잡은 작은 왕국 부탄은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GNH)’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며 물질보다 마음의 평안을 중시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치관의 뿌리는 티베트불교, 그중에서도 생멸무상을 강조하는 닝마파·카규파 교리에 놓여 있다. 부탄 사람들은 삶의 끝을 ‘죽음’이 아닌 ‘다음 윤회를 위한 관문’으로 받아들이며, 고산 지형과 천연자원 구조에 어울리는 독특한 장례의식—하늘장(天葬, 조장이라고도 부름)—을 발전시켰다.

현지에서는 ‘루톡(Lu Tok·육신의 보시)’이라 칭하며, 시신을 독수리·까마귀 같은 청소 조류에게 바치는 행위를 공덕 수행으로 이해한다. 이 글은 하늘장의 역사적 기원, 의례 단계, 사회·환경적 의미, 그리고 현대화·관광화를 둘러싼 갈등과 지속가능성 논의를 총체적으로 살피며, 각국 전통 장례문화가 직면한 보편 과제를 부탄 사례로 조망한다.

부탄 하늘장(조장) 의례, 티베트불교식 시선

 

티베트불교 중심의 부탄 전통 장례문화

 

부탄 왕국에서 장례는 라마 승려가 주도하는 철저한 종교 의례다.

사망이 확인되면 가족은 먼저 라첸(Lachen)에게 연락해 『죽은 자의 서(Bar do thos grol)』 낭송을 의뢰한다. 이는 영혼이 ‘바르도(中有)’라는 49일의 중간계에서 두려움에 빠지지 않고 윤회의 문을 통과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시신 곁에 버터램프 ‘디우(Deyu)’를 72시간 동안 밝히고, 밀가루·풀·송진을 섞어 만든 작은 탑 ‘초르텐’을 머리맡에 놓아 악귀를 쫓는다.

2024년 부탄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장례 방식 중 조장이 62 %, 화장이 30 %, 매장이 8 %를 차지한다. 고도가 높고 산림이 부족한 동부·중앙부 지역에서는 조장 비율이 80 %를 넘는다.
반면 수도 팀푸와 파로 같은 서부 도시권에서는 층층이 쌓인 계곡형 묘지를 확보할 수 없어 화장이 늘고 있지만, 라마 승려들은 여전히 조장을 “가장 공덕이 큰 방식”이라 설파한다. 같은 히말라야 문화권의 네팔이 화장을, 인도 북부 라다크가 매장을 택한 것과 달리, 부탄은 기후·지형·종교 교리가 맞물려 하늘장을 국가적 전통으로 정착시킨 드문 사례다.

 

하늘장(조장) 절차의 단계별 탐구

 

하늘장은 대개 해발 3,000 m 이상 암벽대 ‘도드라(Dodra)’에서 진행된다. 첫 단계는 ‘드루브 쿤제(Drub Kunzye·전통 목욕)’로, 향나무·뱀딸기 잎을 달인 온수에 야크 버터·우유를 섞어 시신을 세 번 씻긴다.

물 온도는 37 ℃ 안팎으로 유지하는데, 이는 체온에 가까운 온도로 영혼이 “몸을 떠날 때 충격을 덜 받는다”는 전통 지혜에서 비롯됐다. 둘째, 고인이 잠든 사이를 상징하는 북·나팔·어깨드럼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루코(Luko·해체사)’ 두 명이 전통 청동칼 ‘코라(Khora)’로 시신을 해체한다.

심장은 독수리의 첫 먹이가 되는데, 부탄 사람들은 “심장은 자비의 근원, 먼저 보시하면 복이 크다”고 믿는다. 이어 날개로 상징되는 팔·다리, 마지막으로 두부가 분할돼 바위 절벽에 놓인다. 셋째, ‘바르햄 프카라마(Barham Phkarama·새의 의례)’ 단계에서 독수리가 시신을 먹기 시작하면 라마 승려가 ‘옴 마니 펫메 훔’을 108회 독송해 영혼에게 “바르도에서 길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넷째, 해체를 마친 자리에는 피·지방·버터를 녹여 작은 램프를 올리는데, 이는 ‘육신의 불사(不死)’를 상징한다.

유족은 마지막 삽으로 혈흔을 덮으며 “사르바 만갈람(만물이 길하길)”이라 외친다. 이 모든 과정은 4~5시간 동안 이어지며, 참여자는 라마·루코·가족 외에는 극소수로 제한된다.

 

환경·위생·법제 속 전통 의례의 변화

 

1970년대 이후 석회 채광과 산림 남벌, 가축용 항생제 남용으로 독수리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2006년 농림부는 ‘조장 생태보존 지침’을 제정해 △독수리 먹이 주기용 인공 절벽 조성 △항생제 복용자 시신 조장 금지 △루코·라마 자격증 갱신제를 도입했다. WHO가 2022년 발표한 ‘고위험 사체 관리 가이드라인’을 아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확진 사망자를 화장으로 한정해 전통주의자들이 “정부가 신성한 의례를 금지했다”며 반발했지만, 방역 성공 후 팀푸 국립종합병원 화장시설에 전통 버터램프 제단을 설치하고, 승려단이 실시간 화상 낭송을 진행하는 절충안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2024년 정부는 ‘그린 장례 로드맵 2030’을 발표해 △냉장 보존 48시간 제한 △친환경 방부 처리 기준 △조장 후 조류 모니터링 데이터 공개 등을 의무화했다. 덕분에 독수리 개체 수는 2021년 대비 9 % 상승했고, 조장터 주변 생물다양성 지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관광·디지털 시대의 지속가능성 모색

 

외국인이 조장 참관이 가능한 곳은 티베트보다 부탄이 드물게 허용한다는 점에서 하늘장 투어는 고가에도 높은 수요를 보인다. 2023년 조장 투어 패키지(1일 1,200 USD)로 벌어들인 외화 수입은 220만 USD이며, 이 중 25 %가 독수리 보호·문화재 복원 기금으로 earmark 방식으로 배정됐다.

그러나 일부 여행사가 “인간 고기 먹는 독수리 쇼” 같은 자극적 문구를 사용해 ‘죽음 포르노’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문화부와 승려단은 2024년 공동 성명을 발표해 ‘관음적 마케팅 금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동시에 젊은 승려들은 ‘디지털 바르도 프로젝트’를 시작해 VR 360도로 하늘장 전 과정을 기록하고, 유족이 원하는 경우 3D 메모리얼 공간에서 버터램프를 가상으로 밝힐 수 있게 했다.

이는 일본 도쿄 VR 추모관, 인도네시아 토라자의 NFT 디지털 마네네와 함께 전통 장례문화와 첨단 기술이 공진화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앞으로 부탄 하늘장이 생태 보전·윤리 관광·디지털 추모라는 세 축을 균형 있게 잡는다면, 각국 장례 절차가 직면한 토지 부족·탄소 배출·다문화 충돌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