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백파이프 추모곡의 장례 의례적 역할

foco37god 2025. 7. 9. 08:48

스코틀랜드는 유럽 북부에 위치한 전통과 개성이 뚜렷한 나라로, 그 중에서도 하이랜드(Highlands) 지역은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해온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하이랜드의 전통은 언어, 복식, 음악, 장례의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드러나며, 특히 ‘백파이프(bagpipe)’는 스코틀랜드 문화의 상징이자 민족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백파이프는 스코틀랜드 전통 음악의 대표 악기로, 예로부터 전쟁터에서의 장송곡, 왕실 의례, 결혼식, 장례식 등에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장례식에서 연주되는 ‘추모곡(lament)’은 고인의 삶을 기리는 동시에 유족의 감정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며, 스코틀랜드 장례문화의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본 글에서는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의 틀 안에서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장례에서의 백파이프 추모곡이 어떤 의례적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그 전통이 현대에 이르러 어떻게 계승·변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스코틀랜드 장례 의례적 역할 사진

 

하이랜드 장례의 전통 구조와 백파이프의 상징성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역의 전통 장례는 종교적 장례 예식과 더불어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상징적 의례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고인이 사망하면 가족들은 시신을 정갈히 씻기고 수의를 입힌 뒤, 집안에 관을 안치하여 조문객들을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마을의 백파이퍼가 집 앞에서 ‘개회 곡(opening lament)’을 연주하는 것이 관례로, 이는 고인의 영혼이 천상으로 향하는 첫걸음을 음악으로 인도하는 의미를 지닌다.

백파이프 소리는 인간의 음성과 유사한 공명음을 지니고 있어, 마치 고인의 마지막 울음이나 유족의 애도심을 대신 표현하는 듯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장례용 추모곡은 보통 느린 템포의 선율로 구성되며, ‘Flowers of the Forest’, ‘Amazing Grace’, ‘Highland Cathedral’ 등 전통적인 곡들이 자주 연주된다. 백파이프 연주는 단순한 음악이 아닌, 죽음을 맞이한 이와 남겨진 자들이 서로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감정적 매개체이며, 하이랜드인들에게 있어 ‘죽음을 받아들이는 의식의 일부’로 기능해왔다.

 

공동체 중심의 장례문화와 음악의 역할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서는 장례가 개인의 죽음을 넘어서, 공동체 전체의 애도를 표현하는 행사로 간주된다.

작은 마을에서는 장례식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참석하며, 백파이퍼의 연주는 마치 그 지역 전체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상징처럼 여겨진다. 백파이프 추모곡은 장례 행렬이 집에서 교회나 묘지로 이동할 때 연주되며, 그 길은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닌 하나의 ‘애도의 거리’로 바뀐다.

추모곡이 울려 퍼지는 순간, 주변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묵념을 하며, 심지어 지나가던 차량이 정차하여 예를 표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는 고인에 대한 존경과 공동체 의식을 동시에 반영하며, 백파이프 음악이 정서적·문화적 매개체로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고인의 생전 직업이나 명예에 따라 연주되는 곡이 달라지기도 하며, 군인 출신인 경우에는 ‘Scotland the Brave’ 같은 곡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러한 맞춤형 추모곡은 단지 형식적 장례를 넘어 고인의 개성과 삶의 가치를 반영하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그 결과 장례식은 단순히 슬픔의 자리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기리는 의례로 완성된다.

 

현대 장례문화 속 백파이프 전통의 지속과 확장

 

현대에 이르러 스코틀랜드의 장례문화 역시 다변화되고 있지만, 백파이프 추모곡은 여전히 중요한 장례 의례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도심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하이랜드 복장을 갖춘 전문 백파이퍼가 장례식에 초청되며, 교회나 장례식장 내에서 미리 녹음된 백파이프 음악을 재생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현지 백파이퍼가 직접 참여했으나, 요즘은 전문 연주자나 군악대 출신 백파이퍼들이 고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해외로 이주한 스코틀랜드 디아스포라(이민자) 공동체에서도 이 전통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캐나다, 미국, 호주 등지의 스코틀랜드계 가정에서는 장례식에 백파이프 연주를 필수 요소로 간주한다.

이런 흐름은 스코틀랜드 문화에 대한 정체성 유지와도 연결되며, 백파이프는 단지 음악적 요소가 아닌 문화적 뿌리를 상징하는 상징물로 기능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교나 비종교 장례에서도 백파이프 추모곡이 요청되며, 그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장례식장, 묘지, 납골당 외에도 자연 속 야외 공간에서 백파이프가 울려 퍼지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는 자연과 함께하는 죽음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려는 현대인의 감성에 맞닿아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백파이프는 여전히 슬픔과 이별을 음악적으로 승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정체성과 의례성을 함께 담은 스코틀랜드 장례문화

 

백파이프 추모곡은 스코틀랜드 장례문화에서 단지 음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한 사람의 죽음을 넘어 한 민족의 정체성과 집단적 애도의 감정을 함께 담고 있으며, 하이랜드인의 전통적 삶의 방식과 종교적 세계관, 자연과 인간의 관계까지 포괄한다. 특히 백파이프의 음색은 인간의 내면 감정을 자극하는 독특한 공명 효과를 지녀, 장례식장 전체에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고인을 향한 마지막 인사이자, 유족에게는 감정을 토해낼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하며, 의례로서의 장례식을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어준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고인의 장례식 이후에도 추모 파티나 집에서의 회상 모임 등에서 백파이프가 다시 연주되기도 하며, 이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기억의 연장선’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는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속에서도 스코틀랜드가 독보적으로 지닌 음악 중심의 장례 의례라는 특수성과 독창성을 드러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장례문화는,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의 이별과 애도의 본질은 변하지 않음을 상기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