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잉카의 땅으로 돌아가는 매장법과 코카 잎의 의미

foco37god 2025. 7. 14. 15:18

잉카 문명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번성한 고대 문명 중 하나로, 독특한 종교관과 자연 중심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장례 문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대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지역에 걸쳐 존재했던 이 제국은 ‘삶과 죽음’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는, 영혼이 대지(Mama Pacha)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였다. 이와 같은 인식은 장례 방식, 매장 구조, 의례 도구 등 여러 측면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코카 잎을 이용한 장례의식은 단순한 약용 식물을 넘어서 조상 숭배와 신성한 전이(轉移)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잉카인들은 생을 마치면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조상의 세계로 이어진다고 믿었으며, 이 개념은 '파차마마(대지의 어머니)' 신앙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들은 죽음 이후의 삶 역시 ‘지속적인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장례는 단순한 작별의식이 아니라 영적 귀환과 재탄생의 상징이기도 했다.

본 글에서는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라는 주제 안에서, 잉카인들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어떤 방식으로 매장했는지, 그리고 코카 잎이 장례문화 속에서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가졌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는 단지 고대의 관습을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남미 원주민들의 장례 인식과 실천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잉카의 장례 전통은 단지 한 문명의 유산이 아니라, 현대 문화에도 살아 숨 쉬는 사회적, 정신적 유산이기 때문이다.

 

 

잉카의 매장법과 코카 잎의 의미의 사진

1. 잉카인의 죽음에 대한 세계관

 

잉카 사회에서 죽음은 ‘끝’이 아닌 ‘귀환’이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 대지로부터 생명을 부여받고, 죽으면 다시 그 대지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이러한 세계관은 그들의 장례 방식에 그대로 반영되어, 시신을 화장하지 않고 땅속에 매장하는 매장법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잉카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원래의 고향인 ‘땅(파차마마)’으로 돌아간다고 여겼기 때문에 장례는 곧 하나의 환원(還元) 의식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인식은 물리적 매장 공간의 구조에도 영향을 주었다. 일반적으로 시신은 태아 자세처럼 무릎을 가슴에 끌어안고 있는 형태로 묶인 채 매장되었으며, 이는 다시 태어나는 상징적 행위로 해석되었다.

이러한 자세는 단순한 문화적 전통을 넘어서 영혼의 순환적 여정을 상징하는 형식으로 기능하였다. 또한 무덤은 단순한 묘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자가 교류할 수 있는 성역으로 여겨졌으며, 지역 공동체가 주기적으로 무덤을 찾아 제사를 지냈다. 죽은 자는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 내부의 보이지 않는 일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잉카의 장례문화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유기적인 순환 구조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개념은 오늘날에도 고산지대의 원주민 사회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가족 단위의 삶 속에서 조상의 무덤은 삶의 중심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잉카 문명의 사후관은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사유 방식을 반영하고 있으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분리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바라본다.

 

2. 전통적인 매장 절차와 의례의 방식

 

잉카인의 장례 절차는 신분과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공통적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보였다. 시신을 땅에 묻기 전, 가족이나 공동체 구성원은 특별한 장례 의식을 치렀는데, 이때 시신과 함께 도자기, 옥, 옥수수, 코카 잎, 옷 등 생전에 사용하던 물품을 함께 묻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사후 세계에서도 생활이 이어진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외에도 죽은 자가 새로운 여정을 안전하게 떠날 수 있도록, 매장 과정에서 제사장 혹은 마을의 영적 지도자가 의식을 주관했다. 이들은 주술적 주문을 외우고 성스러운 물로 시신을 정화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영혼이 혼란 없이 사후 세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이런 의식은 단순한 문화행위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죽음을 신성한 과정으로 수용하는 방식이자, 삶의 질서를 유지하는 제도적 장치였다.

또한, 시신을 안치할 때는 **특정 방향(예: 태양이 뜨는 동쪽 또는 성스러운 산맥을 향한 방향)**으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이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영혼이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장례식 동안에는 노래, 춤, 향을 피우는 의식이 포함되었으며, 이를 통해 고인의 영혼이 평화롭게 다음 세상으로 나아가길 기원했다. 이러한 의식은 장례 당일뿐 아니라 사후 수개월 혹은 수년간 정기적으로 반복되며, 죽은 자와의 유대감을 유지했다.

 

3. 코카 잎의 상징성과 장례 의례 속 역할

 

잉카 문명에서 코카 잎은 단순한 약초 그 이상이었다. 코카 잎은 피로 회복, 고산병 완화 등의 기능 외에도 신성한 제물로 사용되었으며, 조상과 신과의 소통 매개체로 간주되었다. 장례 의례에서는 시신의 입이나 손에 코카 잎을 넣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고인이 사후에도 신과의 연결을 이어가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또한, 장례식 참석자들도 코카 잎을 씹으며 기도하거나 제사를 지내는 과정에서 함께 나눠 사용했다.

특히, 코카 잎은 고인의 영혼이 올바르게 안식할 수 있도록 길을 비추는 정신적 가이드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잎사귀 하나하나에는 조상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으며, 잎을 태우거나 흩뿌리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의례로 정착되어 있었다. 코카 잎은 그 자체로 신의 메시지를 담은 매개체로 여겨졌고, 이를 통해 살아 있는 자는 죽은 자에게 말을 건네고, 죽은 자는 후손에게 복을 내린다고 여겼다.

오늘날에도 페루나 볼리비아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장례 의례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코카 잎을 사용하는 전통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결속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단순한 식물의 기능을 넘어선 문화적 정신성과 의례의 상징성이 결합된 존재로, 잉카 장례 문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코카 잎은 죽은 자를 위한 도구이자, 살아 있는 자의 기억과 정체성을 이어주는 살아 있는 상징물이다.

 

4. 현대 안데스 지역에 남은 장례 관습의 계승

 

잉카 제국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지만, 그 장례문화는 오늘날 안데스 지역 원주민 공동체의 장례 실천에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특히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고산지대의 농촌에서는 여전히 코카 잎을 이용한 장례 의식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무덤 앞에서 조상에게 코카 잎을 바치는 행위도 반복되고 있다.

또한, 고인을 자연으로 되돌려보낸다는 매장 철학도 그대로 이어지며, 콘크리트 납골당보다는 흙으로 된 무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같은 전통은 도시화·서구화 속에서도 점차 변형되거나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가치와 연결된 문화로 재해석되어 계승되고 있다. 현대 장례 문화 속에서도 여전히 고대 잉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은 문화적 정체성의 연속성과 생명력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특히 요즘은 생태 장례, 자연장 등 현대적 개념과 잉카 전통 장례 철학이 만나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되고 있다. 잉카의 장례는 단지 ‘과거의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생명과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해 묻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인 셈이다. 이는 인류 보편의 생사관과 지역 고유의 의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적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