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유대교 전통 장례 절차와 종교적 의미

foco37god 2025. 6. 30. 13:28

유대교는 약 3천 년 이상의 역사와 깊은 종교 전통을 지닌 신앙 체계로, 삶과 죽음을 모두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다.

이러한 종교적 기반은 유대교의 장례문화에도 뚜렷하게 반영되며, 장례 절차는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신앙과 율법에 따른 의무의 실천으로 간주된다.

유대교 장례에서는 ‘생명은 하느님의 것이며, 죽음 또한 그분의 뜻 안에 있다’는 사고방식 아래 고인의 육신을 최대한 존중하고, 공동체가 함께 애도하며, 유족이 율법에 따라 슬픔을 겪는 것이 핵심이다.

본 글에서는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라는 큰 주제의 틀 안에서, 유대교가 실천해온 전통적인 장례 절차를 네 가지 주요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그 절차마다 담긴 종교적 의미를 살펴본다.

고인의 시신을 대하는 방식, 장례 당일의 예식, 매장 방식, 그리고 장례 이후 애도의 과정은 모두 유대교 신앙과 공동체 중심적 가치관을 반영하며, 현대 사회 속에서도 그 전통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유대교 장례문화에 담긴 종교적 의미와 상징성

 

사망 직후의 준비: 시신 처리와 존엄성의 율법적 실천

유대교 장례 절차는 고인이 숨을 거둔 직후부터 신속하게 시작된다.

유대율법(할라카)은 시신을 최대한 빠르게 매장할 것을 명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24시간 이내에 장례가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고인의 사망이 확인되면 가족들은 즉시 지역의 유대인 장례 협회인 ‘헤브라 카디샤(Chevra Kadisha)’에 연락한다.

이들은 고인의 시신을 정결하게 세척하는 ‘타하라(Tahara)’라는 의식을 수행하며, 이는 종교적으로 매우 신성한 행위로 여겨진다. 시신은 정갈히 씻긴 후 흰색의 수의(타클리힘·Tachrichim)로 입히며, 남성과 여성은 각각의 성별에 따라 동성의 의식 담당자가 절차를 집행한다.

이때 고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며 기도문을 암송하고, 가능한 한 손상 없이 조심스럽게 시신을 관에 안치한다. 유대교에서는 시신의 훼손을 극도로 꺼리며, 장기 적출이나 방부처리, 화장을 금지한다.

이는 ‘육신도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며, 원래 상태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신학적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준비 절차는 단순한 물리적 정리가 아니라, 하느님 앞에 고인을 정결하게 돌려드리는 종교적 예법이다.

 

장례 예식: 검소함 속에 담긴 공동체와 율법의 균형

 

장례 당일에는 관을 묘지로 운구하기 전 또는 묘지 현장에서 짧은 장례 예식이 거행된다. 유대교 장례 예식은 외형적으로 매우 검소하고 단순하게 이루어진다.

사치스러운 장식이나 음악, 과도한 감정 표현은 삼가며, 오히려 죽음 앞에서 겸손함과 경건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시된다. 예식 중에는 고인의 이름, 생애를 간략히 회고하는 애도사(eulogy), 전통적인 기도문인 ‘엘 말레이 라하밈(El Malei Rachamim)’과 ‘카디쉬(Kaddish)’ 낭송이 포함된다.

특히 카디쉬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기도라기보다는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며 공동체가 신앙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상징적 언어로 여겨진다. 이 예식은 라삐나 공동체 지도자가 주관하며, 예식 후 관을 직접 흙으로 덮는 참여의식이 이어진다.

가족, 친구, 공동체 구성원들이 삽으로 한 줌씩 흙을 뿌리며 고인과 작별하는데, 이 행위는 유대 전통에서 ‘미츠바(선행)’로 간주된다. 예식은 짧지만 강한 신앙적 메시지를 내포하며, 장례를 단지 인간적 이별이 아닌 율법의 완성과 신 앞에서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뚜렷하다.

 

매장 방식: 흙으로의 귀환과 간결한 묘역의 상징성

 

유대교의 매장은 자연스럽고 단순한 것을 지향한다.

고인의 시신은 관에 안치되어 지하에 직접 묻히며, 별도의 납골함이나 콘크리트 봉인은 사용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나무로 만든 소박한 관을 사용하며, 일부 공동체에서는 관 없이 수의만 입힌 채 직접 매장하는 ‘오르간식 매장(earth burial)’도 실천한다. 묘지는 대개 유대인 전용 공동묘지에 위치하며, 개별 묘비는 작고 정제된 형태로 설치된다.

유대교에서는 ‘죽은 자를 꾸미지 않는다’는 율법에 따라, 과시적인 묘석이나 조각상은 지양되며, 묘비에는 고인의 히브리어 이름, 생몰연도, 간단한 인삿말이 새겨지는 정도다.

흥미롭게도 유대 전통에서는 묘소에 꽃을 올리는 대신, 작은 돌을 얹는 문화가 있다. 이는 고인을 잊지 않았다는 상징이며,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하는 자연 친화적 추모 방식이기도 하다.

묘지의 관리도 종교적인 맥락 안에서 이루어지며, 가족은 매년 ‘야르짜이트(Yahrzeit)’라 불리는 기일에 맞춰 고인을 기리는 기도와 추모 활동을 진행한다. 이 모든 과정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간다’는 창세기의 가르침을 실제로 구현하는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장례 이후 애도 기간: 슬픔을 정리하는 시간의 율법

 

유대교 장례문화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장례 이후의 애도 기간이다.

이 시기는 단지 감정적인 정리의 시간이 아니라, 율법에 의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구조를 따른다. 장례 직후 유족은 ‘시바(Shiva)’라고 불리는 7일간의 집중 애도 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 동안 가족은 집에 머무르며 외부 활동을 삼가고, 거울을 가리거나 구두 대신 슬리퍼를 신는 등의 전통을 따른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집을 방문해 위로하며, 매일 저녁 기도 모임을 함께 진행한다.

이후 30일간의 ‘셸로심(Sheloshim)’ 기간에는 제한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지만, 여전히 고인을 기리는 분위기를 유지한다. 부모를 잃은 경우에는 1년간 ‘카디쉬’ 기도를 이어가며, 1주기인 ‘야르짜이트’에는 특별한 추모식과 기도가 진행된다. 이러한 구조화된 애도 기간은 유족에게 슬픔을 단계적으로 받아들이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다.

동시에 공동체가 함께 슬픔을 나누고 치유의 과정을 공유하며, 고인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종교적 장치로 작용한다. 이처럼 유대교의 애도 문화는 죽음을 개인적 상실로만 보지 않고, 신앙 공동체 안에서 의미를 재정립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