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이탈리아 가족 중심 장례문화와 장례 절차

foco37god 2025. 6. 29. 22:20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가장 가족 중심적인 문화가 강하게 뿌리내린 나라로, 이러한 특성은 장례문화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탈리아 사회에서 장례는 단순히 죽음을 애도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고인을 중심으로 가족, 친지, 지역 공동체가 하나로 모여 생을 기리고 유산을 계승하는 중요한 사회적 사건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전통 장례문화는 가톨릭 신앙과 결합되어 형식과 의미 면에서 종교적 신념과 가족적 연대가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있다.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라는 큰 주제의 틀 안에서, 본 글은 이탈리아 장례문화의 가족 중심 구조와 그에 따른 예식 절차를 살펴본다.

입관 전 준비부터 장례 미사, 매장 또는 화장, 사후 추도 활동까지 전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며, 이탈리아 특유의 인간관계와 공동체 의식이 어떻게 장례문화에 녹아들어 있는지를 조명한다.

이를 통해 죽음을 대하는 이탈리아인의 태도뿐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가족과 공동체가 고인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리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장례문화와 장례 절차

 

입관 전 준비와 가족 중심의 상실 공유

이탈리아에서 누군가의 죽음은 단순히 개인의 생의 끝이 아닌 가족 전체의 상실로 받아들여진다.

사망 직후 가족들은 병원 혹은 자택에서 고인의 시신을 수습하며, 전통적으로 여성 가족들이 중심이 되어 시신을 정갈하게 단장하는 관습이 존재한다.

이는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우이자 남겨진 이들이 이별을 준비하는 의례적 과정이다. 이후 장례회사(Funebre)와의 협의를 통해 입관 절차가 진행되며, 관은 대개 전통적인 목재로 제작되고 십자가나 성모 마리아상이 동봉된다

입관 전 고인을 위한 가정 기도회가 이루어지며, 가까운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 고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며 작별 인사를 나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때부터 가족 간의 정서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공동의 상실을 나누는 이 시점은 비탄을 극복하고 남은 이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상징적 출발점이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다. 특히 노년층의 장례에서는 손주나 자녀들이 함께 예식에 참여하여 ‘삶의 전환’을 함께 체감하는 경우가 많다.

 

장례 미사: 신앙과 공동체, 가족의 삼중적 의미

 

이탈리아 장례문화의 중심은 장례 미사(Funeral Mass)이며, 이는 단순한 의례를 넘어 신앙과 공동체, 그리고 가족이 결합되는 상징적 장면이다.

미사는 대개 고인이 평소 다니던 본당 교회에서 진행되며, 사제가 집전하는 가운데 고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하느님께 영혼을 맡기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장례 미사에 가족은 물론 친구, 동료, 이웃까지 참석하여 하나의 공동체로 애도하는 전통이 강하다. 미사에서는 고인의 삶을 회고하는 추도사, 가족의 독서 낭독, 전통 성가 등이 포함되며, 성찬례를 통해 ‘하느님과의 재회’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고인을 위한 공동 기도와 축복은 가족에게 위로를 제공하며, 장례를 단순한 이별이 아닌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의례’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러한 장례 미사는 형식상 카톨릭 전례의 틀을 따르면서도, 고인의 생애를 반영한 맞춤형 구성을 통해 개인성과 공동체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가족들이 직접 참여해 고인을 위한 봉사를 하거나, 손주들이 고인을 위한 시를 낭독하는 등 인간적인 온기를 담는 것이 특징이다.

 

매장 혹은 화장: 가족 무덤과 세대 간 연결의 상징

 

장례 미사 후 고인의 시신은 매장 또는 화장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매장을 선호해 왔으며, 많은 가족이 공동묘지 안에 ‘가족 무덤(tomba di famiglia)’을 보유하고 있다. 가족 무덤은 여러 세대가 함께 묻히는 구조로, 이는 조상과 후손의 연속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가족의 영속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문화적 장치다.

매장은 지역 공동묘지나 성당 부속 묘역에서 진행되며, 묘비에는 고인의 이름과 생몰연도, 가족 관계가 명확히 표기된다. 화장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지만, 화장 후 유골도 대개 가족 묘지에 함께 보관된다.

이 과정에서도 가족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운구, 헌화, 마지막 인사를 함께 하며 ‘이별의 실감’을 공동으로 경험한다. 장례 절차 중 가족이 보여주는 단결력과 헌신은 단순한 의무를 넘어서, 고인의 생애를 함께 나눈 공동체로서의 책임이자 사랑의 표현이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서는 장례 행렬이 마을을 가로지르며 고인을 향한 공동체 전체의 작별 인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매장 문화는 이탈리아 장례문화가 단절보다는 연결을 강조함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사후 추도와 가족 기억의 계승

 

이탈리아에서는 장례 이후에도 고인을 기억하고 기리는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사망 후 7일, 30일, 1주기 등의 시점에 추모 미사가 다시 봉헌되며, 가족은 이를 통해 고인을 기억하고 영혼의 안식을 기원한다. 특히 ‘죽은 자의 날(Giorno dei Morti)’인 11월 2일에는 전국적으로 공동묘지를 방문해 가족의 무덤을 돌보고 헌화하며, 고인을 위한 촛불을 밝히는 전통이 있다.

이 시기에는 지역 성당에서도 고인을 위한 집단 미사를 드리며, 가족이 함께 참여하여 조상의 이름을 다시 부르는 등 기억을 공고히 한다. 또한 많은 가정에서는 고인의 생일이나 사망일에 가족 모임을 가지며, 그 사람과의 추억을 공유하고 가족의 유대감을 강화한다. 이러한 사후 추도 문화는 단순한 전통을 넘어, 가족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추모관이나 온라인 헌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현대적인 방식으로도 고인을 기리는 문화가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이탈리아의 장례문화는 고인을 단순히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서 계속 기억하고 사랑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는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중에서도 이탈리아가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가족 중심적 특성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