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는 미국의 50번째 주이자 대표적인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에는 독립적인 왕국이자 고유한 신앙 체계를 지닌 하와이 원주민(Hawaiian Native)의 땅이었다.
이들은 바다, 산, 하늘, 용암 등 자연 현상을 신성하게 여기며, 삶과 죽음을 모두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는 독특한 철학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장례문화에 있어서 하와이 원주민은 단순한 육체의 이별이 아니라, 영혼이 조상과 하나가 되고 대지로 회귀하는 과정으로 죽음을 바라본다. 현대화와 미국 본토의 장례 방식이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여전히 하와이 원주민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장례의례와 자연 회귀 절차가 존중되며 실천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하와이 원주민의 고유한 장례철학과 절차, 그리고 자연과의 연결성에 초점을 맞춰 살펴본다. 이를 통해 하와이 원주민들이 죽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실천해 왔는지를 이해하고, 오늘날 우리가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다.
죽음은 곧 회귀: 하와이 원주민의 영혼관
하와이 원주민은 인간의 생명을 ‘마나(mana)’라는 영적 에너지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들은 인간의 육체는 일시적이며, 죽음 이후 영혼은 조상(‘아우마쿠아’, ʻaumākua)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바다·산·바람 등 자연의 형태로 변형된다고 믿는다.
이러한 영혼관은 죽음을 두려움보다는 회귀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하며, 장례는 고인의 영혼이 길을 잃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의식으로 기능한다.
히 ‘와이루아(wailua)’라는 개념은 영혼이 육체를 떠난 뒤에도 존재하며, 살아 있는 가족과 교감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하와이 장례의 핵심은 육체의 처리가 아닌 영혼의 회복과 정착에 있다.
고인이 조상과 자연의 일부가 되어 공동체를 지켜준다고 믿는 이 철학은, 오늘날에도 하와이 원주민 사회 전반에 깊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곧 장례 절차에 자연 회귀적 요소가 강하게 반영되는 배경이 된다.
전통 장례 절차: 바다와 땅으로의 이별 의식
하와이 원주민의 전통 장례 절차는 지역과 가문마다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바다와 땅이라는 두 자연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사망 직후에는 가족이 고인의 시신을 정갈하게 닦고 꽃잎, 코코넛 오일, 카와(Kava) 등의 신성한 식물로 씻기며, 이는 몸과 영혼을 정화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후 ‘카나카 마올리(Kanaka Maoli)’ 전통에 따라 장례 준비가 시작되며, 고인의 유해는 보통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처리된다. 첫 번째는 바다에 뿌리는 ‘해양 장례’로, 시신을 바다로 보내거나 유골을 뿌려 바다의 생명 순환 속으로 고인을 귀환시키는 의식이다. 이때 가족들은 카누를 타고 바다로 나가 노래와 기도, 꽃 목걸이(레이라 Leila)를 바치며 고인을 배웅한다.
두 번째는 땅에 묻는 방식으로, 시신이나 유골을 가족 소유의 땅이나 신성한 지역에 매장한다. 이 과정에서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도록 나무 관 없이 간소한 수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으로는 ‘이위(Iwi)’라 불리는 유골을 중요시하여, 이를 조심스럽게 보관하거나 다시 땅에 묻어 자연과의 균형을 맞춘다. 이러한 절차는 죽음을 단절이 아닌 순환의 일부로 수용하는 하와이 원주민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공동체 중심의 애도: 음악, 기도, 나눔의 문화
하와이 원주민의 장례는 단지 가족 단위의 슬픔이 아닌, 공동체 전체가 함께 참여해 고인을 기리고 애도하는 공개적이고 정서적인 절차다. 장례 전과 후에는 ‘루아우(Luau)’라 불리는 공동 식사와 추모 행사가 열리며, 이는 고인을 회상하고 삶을 축하하는 자리로 기능한다.
장례식은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하와이 노래(‘메레’, mele), 북 연주, 훌라(Hula) 춤 등으로 구성되며, 이는 단지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고인의 인생과 성품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다. 특히 훌라는 고인의 생애를 축약한 동작과 이야기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살아 있는 이들과 고인이 다시 연결된다고 믿는다.
추도사가 낭독되는 시간에는 고인의 기여, 가족과의 관계,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이 강조되며, 개인을 공동체의 일부로 영원히 기억하고자 하는 문화가 반영된다. 또한 장례 기간 동안 공동체는 음식과 물자를 공유하며, 유족이 슬픔 속에서도 소외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정서적 지지를 보낸다.
이는 하와이 원주민 장례문화가 개인의 죽음을 통해 공동체 전체가 다시 결속하고,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로 삼는 철학을 보여준다.
현대화와 함께 이어지는 전통 보존 노력
하와이는 미국 본토의 영향을 받으면서 서구식 장례문화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병원 사망과 화장 문화가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하와이 원주민 사회는 전통 장례문화를 잃지 않기 위해 다양한 보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가문은 가족 소유의 토지에 전통 매장을 실시하고, 정부와 협의하여 전통 의식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조율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하와이 주립 박물관과 문화유산 기관은 고대 장례 의식 및 유골 처리 방식에 대한 기록을 수집하고 후손들에게 교육하고 있으며, 학교와 공동체 센터에서는 젊은 세대가 전통 장례를 체험하거나 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더욱이 하와이 자연장(Natural Burial)이나 바다 장례의 수요가 늘면서, 환경보호 관점에서도 하와이 전통 장례 방식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하와이 원주민 장례문화가 단지 과거의 전통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공동체를 다시 연결해주는 지속가능한 장례문화로서의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하와이 원주민의 장례 절차는 자연 회귀 철학을 기반으로 영혼, 가족, 공동체, 환경이 함께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이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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