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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동양과 서양의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비교

by foco37god 2025. 7. 2.

장례문화는 인간이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각 사회의 인식과 철학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의례 중 하나다. 국가나 종교, 시대에 따라 장례문화는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동양’과 ‘서양’이라는 문화권으로 나누어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동양은 유교, 불교, 도교의 영향을 받아 조상 숭배와 윤회 사상이 강하게 반영된 반면, 서양은 기독교 중심의 신학과 개인 중심의 삶에 기반해 장례가 구성되어 있다. 또한 공동체 중심과 개인 중심의 차이, 매장과 화장의 방식, 추모 방식과 애도 문화 등에서도 뚜렷한 대비가 나타난다.
장례문화는 단순히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절차가 아니라, 그 사회가 삶과 죽음을 어떻게 연결짓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지표이기도 하다. 특히 동서양 모두에서 장례는 오랜 세월 동안 그 사회의 종교적 신념, 철학, 역사적 경험이 축적되어 형성된 집합적인 의례이기 때문에, 이를 단순한 형식의 차이로만 볼 수는 없다.

본 글에서는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라는 주제에 맞춰, 동양과 서양의 장례문화가 어떤 철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형성되었으며, 장례 절차에 어떤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지 4가지 측면에서 비교한다. 이를 통해 죽음을 대하는 서로 다른 문화적 접근법을 이해하고, 장례의 의미에 대해 보다 깊은 통찰을 얻고자 한다

 

 

동양과 서양의 장례 절차 비교

 

 

죽음에 대한 인식: 순환과 영속 vs 종말과 구원

 

동양과 서양의 장례문화는 그 밑바탕에 있는 ‘죽음에 대한 인식’부터 다르다. 동양, 특히 중국·한국·일본 등 유교 및 불교 문화권에서는 죽음을 삶의 연장 혹은 순환의 한 과정으로 본다.

불교의 윤회 사상은 ‘죽음은 곧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하며, 유교는 조상의 혼이 후손과 함께 존재한다고 여겨 제사와 추모 의식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장례는 고인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잘 보내는 ‘의례적 배웅’일 뿐만 아니라, 조상의 혼을 모시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반면 서양, 특히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죽음을 ‘이 땅에서의 삶의 종결’로 보고, 사후에는 천국 혹은 지옥이라는 영원한 운명이 결정된다는 일직선적 세계관을 가진다.

기독교의 구원론은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신 앞에 선다는 신앙적 확신 속에서 죽음을 준비하게 하며, 장례 역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동양은 순환과 조상의 지속을, 서양은 종말과 개인의 구원을 중심으로 죽음을 인식한다.

 

장례 절차의 구조: 가족 중심 vs 종교 중심

 

장례 절차의 구체적 구조에서도 동양과 서양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동양의 장례는 전통적으로 가족과 공동체 중심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고인이 사망하면 삼일장을 치르며, 가족들이 복장을 갖추고 시신을 정성스럽게 닦고 입관한다.

이후 조문객이 방문하며, 장지까지 운구 행렬이 이어진다. 제례와 위패, 지방(紙榜), 상복 착용 등의 요소는 유교적 전통에 기반해 가족과 조상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일본 또한 불교와 유교가 혼합된 장례 절차를 따르며, 절에서 열리는 장례식과 승려의 독경이 중심이 된다. 중국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지만, 전통적으로는 붉은 천, 향, 도교 제의 등도 포함되며, 가족과 마을 공동체 전체가 함께하는 문화가 강하다.
반면 서양의 장례는 종교기관에서 주관하는 종교 중심의 의례가 일반적이다. 기독교식 장례에서는 고인의 생애를 회고하는 설교, 찬송가, 기도 등이 예배 형식으로 진행되며, 예배 후에는 매장이나 화장이 이루어진다.

가족이 아닌 목사나 신부가 중심이 되는 예식이며, 의례의 형식과 내용은 신앙의 가르침에 따라 비교적 일관된 틀을 갖춘다. 동양이 ‘가족이 주도하는 의례적 장례’, 서양이 ‘종교 지도자가 주관하는 신앙적 장례’로 구분되는 이 구조적 차이는 죽음을 누가 관리하고 기리는가에 대한 문화적 태도를 잘 보여준다.

 

매장과 화장 방식: 전통의 계승과 환경의 고려

 

매장 방식에서도 양 문화권은 흥미로운 차이를 보여준다. 동양에서는 과거 매장이 일반적이었으나, 인구 밀도 증가와 도시화에 따라 점차 화장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등은 현재 대부분 화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유골을 납골당이나 봉안당에 안치하는 방식이 보편화되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 화장을 한 유골을 가족이 직접 ‘뼈 줍기’ 절차를 통해 수습하는 의식이 중요한 장례 절차로 자리잡았다. 반면 서양은 전통적으로 매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미국, 유럽에서는 묘지에 관을 묻고 묘비를 세우는 형식이 일반적이며, 이는 부활 신앙과 육체적 종말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기독교 신학의 영향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환경 문제와 경제적 이유로 서양 사회에서도 화장을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린 버리얼(green burial)’과 같은 자연장도 확산되는 추세다. 동양은 제도적 이유로 화장을 선택하게 되었고, 서양은 가치관 변화로 화장을 수용해 가는 양상을 보인다.

 

추모와 애도 문화: 제사와 기일 vs 연례 미사와 헌화

 

장례 이후의 추모 문화에서도 동양과 서양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동양에서는 고인의 제삿날이나 기일에 맞춰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 뿌리 깊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음력 기일, 명절(설, 추석), 또는 정기적인 기제사 등을 통해 조상의 영혼을 기리고, 자손이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하는 문화가 여전히 일부 가정에 남아 있다. 조상과 후손 간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시되며, 이는 가문 중심의 세계관과 유교적 효 사상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서양에서는 기일보다는 ‘장례 당일’이나 ‘1주기’, 혹은 부활절 전후의 공동 추모 미사 등을 통해 고인을 기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꽃을 헌화하거나 묘지를 방문해 기도하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며, 고인의 생애를 사진이나 문장으로 회고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디지털 추모 공간이나 메모리북 등 새로운 방식의 추모 문화도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서양 사회의 개인주의적 추모 방식과 기술 발전이 결합된 결과다.

동양이 ‘가문과 후손의 정기적 제례’를 강조한다면, 서양은 ‘개인과 가족 중심의 간결한 기억’에 초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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