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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환경이 만든 각국의 장례 절차와 문화

by foco37god 2025. 7. 3.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장례문화를 발전시켜 왔으며, 그 바탕에는 종교, 철학, 공동체 구조뿐만 아니라 환경적 조건이 깊이 작용해 왔다.

장례는 단지 사망자의 시신을 처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공동체가 죽음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방식이자,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문화적 실천이었다.

특히 지리적 위치, 기후, 토양, 자연 자원 등 물리적 환경은 각 지역의 장례 절차와 문화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막, 숲, 산악, 해안, 초원 등 다양한 지형은 장례 방식에 제한을 주었고, 그 결과 장례 의례는 단순한 종교 의식을 넘어서 생존 조건과 자연 순환에 적응한 결과물로 진화해 왔다.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라는 주제 아래 본 글에서는, 환경이 어떻게 각 지역의 장례문화를 만들어왔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네 가지 대표적인 환경 유형별로 살펴본다.

이를 통해 장례문화가 단지 전통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죽음을 실천한 방식임을 이해할 수 있다.

 

환경과 조화를 이룬 장례문화의 세계적 사례

 

 

사막과 건조지대: 매장을 중심으로 한 간결한 장례

사막이나 건조지대에서는 물이 귀하고 유기물의 부패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매장을 기본으로 한 단순하고 신속한 장례문화가 발달했다.

대표적으로 중동 지역의 이슬람 문화권은 대부분 사막 환경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들은 고인의 시신을 24시간 이내에 매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는 종교적 율법이기도 하지만, 환경적 위생 조건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슬람교에서는 시신을 간단한 수의로 감싸고, 관 없이 흙에 직접 묻으며, 무덤에는 지나친 장식이나 구조물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흙과 하나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며, 동시에 사막 지형에서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현실적 조건에도 부합한다.

이와 비슷하게 북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의 일부 부족 문화에서도, 매장을 간소하게 진행하거나, 때로는 사막 바위틈이나 동굴에 시신을 안치하는 방식이 채택된다. 물이 귀하고 부패가 느린 환경에서는 장례가 ‘정결’과 ‘속도’를 중시하며 발전해 온 셈이다.

 

열대우림과 강우량이 많은 지역: 화장 또는 고지 매장 방식

 

열대우림과 같이 습도가 높고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시신의 부패가 빠르고 해충이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장례방식이 발달했다. 대표적인 예가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과 남아메리카 아마존 부족들의 장례문화이다.
이 지역에서는 화장이 발달했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시신을 땅속이 아닌 지면 위고지대에 안치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토라자족은 시신을 관에 넣은 뒤 절벽 위 동굴에 보관하며, 외부의 습기와 동물의 접근을 막는다. 일부 부족은 시신을 말린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유골을 꺼내 가족과 함께 지내는 재장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이는 열대 환경에서 부패가 빠르다는 점, 장기간 묘지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또한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불교권 국가들에서도 전통적으로 화장 문화가 발달했는데, 이는 종교적 이유와 함께 기후적 현실이 반영된 결정이기도 하다. 나무가 풍부하고 불을 이용하기 쉬운 환경에서는 화장이 더 적절한 선택지가 되었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산악지대와 추운 기후: 바위 매장과 자연 노출 의식

 

고산지대나 한랭 기후에서는 매장도, 화장도 쉽지 않다. 땅은 얼어 있거나 돌로 덮여 있고, 나무는 부족하며 불을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돌이나 동굴을 이용한 장례, 혹은 시신을 자연에 맡기는 의식이 발전해 왔다. 대표적인 예는 티베트의 조장(鳥葬, sky burial) 문화다.
티베트 고원은 해발 4,000m가 넘는 고산지대이며, 불교를 신앙으로 하는 이들은 죽은 자의 육신을 자연에 되돌리는 의식으로 조장을 행한다. 시신을 잘게 절단하여 독수리에게 먹이로 제공함으로써, 육신이 새의 몸을 통해 하늘로 이어진다는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생태적 재활용이 아니라, 환경적 조건과 종교적 신념이 맞물려 형성된 고유한 장례문화다.
또한 몽골이나 알래스카 원주민 문화에서도, 시신을 바위 사이에 안치하거나, 돌로 덮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매장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자연 노출 매장 또는 야외 보존 의식이 정당한 장례 방식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이는 인간이 자연환경을 어떻게 존중하고 수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섬과 해안 지역: 바다 장례와 이동 가능한 장례문화

 

물과 가장 밀접하게 살아가는 해양 민족들은, 시신을 바다에 돌려보내는 수장(水葬) 혹은 바다와 연결된 상징적 의식을 통해 장례를 치러왔다. 이러한 문화는 공간의 한계이동성 중심의 삶이라는 해양 환경의 특성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태평양 섬 지역, 말레이 제도, 필리핀 일부 지역에서는 시신을 작은 배에 실어 띄우는 ‘카누 장례’나 ‘물 위 관 장례’가 전통적으로 존재했다.
이와 유사하게 일본 류큐 열도하와이 원주민 문화에서도 바다와 관련된 장례문화가 존재하며, 고인의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양 산골 의식이 자연스럽게 수행되었다. 이는 단지 물리적 공간 부족의 대안이 아니라, 바다를 생명의 원천이자 순환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철학과도 연결된다.
오늘날에도 바다장례는 환경 친화적 대안으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미국, 한국, 유럽 등지에서도 법적으로 허용된 ‘바다 산골’ 방식이 늘고 있다. 섬과 해안 지역의 장례문화는 자연이 곧 무덤이며, 이동과 순환 속에서 죽음을 포용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적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