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8,000 m급 연봉(連峰)들이 불쑥 솟아올라 구름과 손을 맞잡은 카트만두 분지. 그 동쪽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파슈파티나트 사원(Pashupatinath Temple)은 네팔 힌두교도 2,300 만 명이 ‘죽어 반드시 들러야 할 성지’로 믿는 공간이다.
이곳 버그마티(Bagmati) 강가에는 일출과 동시에 상속자(장자)가 어깨에 시신을 메고 나타나고, 일몰 후에도 장작불과 향 연기가 담쟁이덩굴처럼 피어오른다.
하루 평균 60~70구, 연간 2만 3,000여 구의 화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장면은 힌두교의 안티예스티(Antyeṣṭi·최후 의례) 와 ‘삶—죽음—환생’ 순환관을 실시간으로 증언한다.
카트만두 화장 의식은 단순한 장례 절차를 넘어, 불과 물과 흙이 다시 한몸이 되는 자연 귀의(歸依)의 드라마이자, 세계 각국 전통 장례문화가 공유하는 “죽음은 곧 귀향”이라는 보편 코드의 또 다른 변주다. 본 글은 힌두 전통 장례의 핵심 무대인 파슈파티나트를 중심으로, 네팔 사회의 역사·종교·환경·관광까지 포괄하는 입체적 시선을 담아 각국 장례 절차와의 비교 속에서 전문적으로 살펴본다.
화장 의식의 역사와 전통 장례문화 교차점
네팔 전통 화장의 뿌리는 기원전 1세기 리차비(Lichchhavi) 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브라만 사제들은 『리그베다』·『가루다 푸라나』의 장례 규정을 네와르(Newar)·구룽(Gurung) 등 토착 부족 관습과 절충해 ‘카스트별 화장 구역’ 제도를 확립했다. 강 상류에는 샤하 왕실 전용 가트, 그 아래엔 브라만·체트리(상위 계급), 다시 그 아래엔 바이샤·수드라 및 소수종교 신도들이 사용하는 가트가 순서대로 이어진다. 이런 구획은 인도 바라나시(통합 가트)·스리랑카 캔디(불교식 화장로)와 뚜렷이 대비된다.
또한 힌두교는 불(火)이 오행 가운데 가장 빠르게 ‘업(業)을 태워 해탈을 돕는’ 신성한 매개라 믿기 때문에 매장을 택해 온 한국·중국 유교 문화권과 궤를 달리한다. 일본도 메이지 이후 ‘시신을 빨리 소멸해야 전염병을 막는다’는 위생 논리로 화장이 법제화됐지만, 네팔은 종교 경전·카스트 규범·왕실 파트로나지(patronage)가 삼위일체로 작동해 화장 의식이 종교적 정통성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즉, 같은 화장이라도 각국 전통 장례는 “왜 불을 택했는가”에 대한 사회·생태·권력 배경이 상이함을 보여 준다.
힌두 장례 절차 핵심 단계: 안티예스티에서 아슈 파라바히까지
네팔 화장 절차는 통상 3단계 + 13일 상복기(Terāhvin)로 구성된다.
① 아밋타 스나나(Amitta Snāna·시신 정화)
가족은 시신의 입·귀·배꼽에 버터(ghi)·꿀·요거트를 한 방울씩 떨어뜨린다. 이는 불교권 태국·라오스가 ‘시신에 물을 부어 공덕을 회향한다’는 산스끄라티(merit sharing) 의식과 기능적 유사성을 보이지만, 물 대신 우유·꿀을 쓴다는 점에서 힌두교의 젖소 숭배 사상이 투영된다.
② 타일라 함사(Taila Hamsa·장작 화장)
장남이 불씨를 입에 대는 ‘무카기(Mukhāgni)’를 집행하면, 장작불이 800 ~ 1,000 ℃까지 상승한다. 이때 사제는 ‘가야트리 만트라(Om Bhur Bhuvaḥ Swaḥ …)’를 108번 암송해 ‘재가 되는 순간마다 1업씩 사라진다’고 설파한다. 전 세계 하늘장을 시행하는 부탄·티베트가 독수리·까마귀를 ‘업을 먹는 새’로 보는 관점과도 통한다.
③ 아슈 파라바히(Aśu Parāvahī·재 유골 수습)
화장 3시간 뒤 유골을 대나무 집게로 모아 버그마티 강에 뿌린다. 흥미로운 것은 네팔 북부의 타만(Tamang) 부족이 “돌아올 환생을 위하여” 작은 유골을 항아리에 담아 가정 제단에 봉안하는데, 이는 일본 오키나와·가고시마가 49일 후 ‘뼈 줍기(骨揚げ)’ 의례로 일부 유골을 가족 묘에 재차 안치하는 관습과 상통한다. 13일 상복기가 끝나면 가트에서 ‘비슈누 삿사나마 찬트(Viṣṇu Sahasranāma)’를 봉송하며 윤회 순환 고리를 공식 종료한다.
파슈파티나트 강변 공간과 사회·종교적 의미
버그마티 강은 네팔 힌두교 신자에게 ‘카트만두의 갠지스’로 통한다. 강물이 시신과 함께 재를 실어 “바라나시 갠지스—인도양—성스러운 물의 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신앙 때문이다.
그러나 건기(11~4월)엔 수량이 줄어 화장 잿물이 분지 주민 150 만 명의 식수원으로 유입되어 악취와 병원성 미생물이 급증한다. 2019년 네팔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건기 화장터 하류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가 WHO 허용치의 11배에 달한다. 전통 장례와 공공보건 사이에서 충돌하는 이 문제는 멕시코 ‘죽은 자의 날’ 중심 도시 미초아칸, 인도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 오염 사태처럼 “살아 있는 유산 vs 지속가능성” 갈등의 전형이다.
사원 측은 2015년 대지진 이후 복원 기금을 목적으로 ‘외국인 관람료 1,000루피(약 10 USD)·현지인 100루피’를 도입했다. 사회학자 레슬리 백(Back)은 “죽음을 관광 상품으로 파는 네크로 비즈니스(necro-business)”라 비판하지만, 승려단은 “전통 장례문화 보존·저소득층 무료 화장비 지원에 재투자한다”고 항변한다. 일본 도쿄·오사카가 1950년대 전기화장로 도입을 위해 ‘불교 사찰·지자체·민간 기업’ 삼자 협력을 구축했던 사례와 비교하면, 네팔은 아직 국가 예산·카스트 종교단체·관광 의존 수입이 맞물려 복잡한 협치 모델을 모색 중이다.
글로벌 관광과 로컬 신성성 사이: 장례문화 보존 과제
유네스코는 1979년 파슈파티나트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며 “죽음 의례, 생태 환경, 신앙 공동체가 동시에 살아 숨쉬는 복합 유산”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화장을 지켜보는 외국인 셀카’ 논란, 장작 연기 환경오염, 카스트별 가트 폐쇄 요구 등 현대적 난제가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다. 2024년 네팔 정부가 발표한 ‘그린 화장 로드맵’은 △친환경 인증 장작만 사용 △전기화장 비율 2030년 40 % 달성 △관광료 10 %를 버그마티 정화 사업에 의무 편성 등이 핵심이다.
하지만 카스트 사제단은 “전기 불꽃엔 신성한 아그니(Agni·불의 신)가 깃들지 않는다”며 전통 화장 수호를 선언했고, 관광업계는 ‘전통 장작 화장’이야말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콘텐츠라 주장한다. 이는 노르웨이 숲묘지 도입, 독일 바이오우르네 보급, 한국 자연장·수목장 확대처럼 ‘환경과 전통을 조화’하려는 각국 장례문화의 시대적 과제와 궤를 같이한다.
흥미롭게도 네팔 디아스포라(미국·영국 거주 300 만 명)는 화장 대신 고국 강 상류에 ‘가상 유골 뿌리기’(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예약 결제하는 IT 스타트업을 키우고 있다.
장례 IT 플랫폼 ‘모크샤 디지털(Moksha Digital)’은 2025년 상반기 1,200건 의뢰를 처리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장례’ 경험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는 흐름을 보여 준다. 전통의 ‘현장성’과 디지털의 ‘접근성’이 충돌·융합하는 변화는 앞으로 카트만두 화장 의식에도 점진적 혁신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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