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이란 조로아스터교의 장례 절차와 철학

foco37god 2025. 6. 27. 08:25

조로아스터교는 기원전 6세기경 이란에서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일신교 중 하나로, 불을 신성시하며 선과 악, 정결과 부정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중심으로 형성된 종교이다.

한때 페르시아 제국의 국교로 자리매김했던 이 종교는 이슬람의 확산 이후 점차 쇠퇴했지만, 그 철학과 의례는 오늘날에도 이란과 인도 일부 지역에서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로아스터교의 장례문화는 자연의 요소를 신성하게 여기는 교리로 인해 매우 독특한 형식을 띤다. 토지, 불, 공기, 물을 더럽히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 아래 시신을 땅에 묻지도, 불에 태우지도 않으며, 이로 인해 ‘조로아스터교식 장례’는 종종 충격적인 문화적 차이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례 방식은 조로아스터교의 깊은 철학과 윤리에서 비롯된 것이며,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이 글에서는 조로아스터교의 장례 절차와 철학적 배경을 살펴보며,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고대 이란 종교의 독창적 사유 체계를 조명해본다.

 

조로아스터교 신자들이 장례 절차를 위해 모인 의식 현장

 

 

 

정결과 부정의 이원론: 조로아스터교 장례 철학의 뿌리

조로아스터교의 중심 사상은 ‘선(아후라 마즈다)’과 ‘악(앙그라 마이뉴)’이라는 두 실체의 대립이며, 이는 자연을 신성한 영역으로 보호하려는 의식으로 발전했다.

교리에서는 토양, 불, 공기, 물 네 가지를 ‘신의 선물’로 여기고 있으며, 이들을 오염시키는 것은 곧 신성모독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사상은 장례 의례에도 깊숙이 반영되어 있다.

죽음은 조로아스터교에서 ‘부정한 상태’로 여겨지며, 시신은 본질적으로 ‘드루즈’(악의 정령)가 깃든 상태로 간주된다. 따라서 시신은 살아 있는 이들과 분리되어야 하며, 성스러운 자연 요소들과의 직접 접촉은 철저히 금지된다. 이는 시신을 땅에 묻거나 불로 태우는 일반적인 장례 방식이 조로아스터교에서 배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철학은 단순한 종교적 교리를 넘어서,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윤리적 명제로도 확장된다. 조로아스터교인들에게 장례는 고인을 추모하는 동시에 자연을 존중하는 실천의 장이며, 인간이 죽음 이후에도 정결한 우주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지막 의무로 간주된다.

 

다클마(Dakhma): ‘침묵의 탑’에서 이루어지는 장례

 

조로아스터교의 전통 장례는 이른바 ‘침묵의 탑(Tower of Silence)’이라 불리는 원형 구조물인 **다클마(Dakhma)**에서 이루어진다.

다클마는 외부와 단절된 언덕 위에 세워지며, 시신은 이곳에 안치되어 독수리 등 맹금류에 의해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이 장례 방식은 하늘장(Sky Burial)과 유사하지만, 그 철학적 기반은 더욱 구조화되어 있다.

장례 절차는 먼저, 시신을 ‘나수살라(Nasusalar)’라 불리는 전문 의식 수행자가 준비한다. 그는 시신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 금속 집게 등을 사용하여 정결한 절차에 따라 옮긴다.

시신은 하얀 천으로 감싸지고, 다클마의 원형 공간에 남성과 여성 전용 구역으로 구분되어 안치된다. 시신이 완전히 부패한 후 남은 뼈는 가운데 공간으로 옮겨지며, 이곳에서 햇빛과 바람에 의해 자연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유족은 시신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며, 일정한 거리에서 기도만 진행한다. 장례 이후 일정 기간 동안 가족은 ‘정결 의식’을 거쳐 부정함을 씻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절차는 단지 관습적인 것이 아니라, 종교적으로 자연을 해치지 않고, 인간의 죽음을 우주의 질서 속으로 되돌리는 철저한 철학의 산물이다.

 

불과 물을 지키는 신성한 규범: 금기와 실천

 

조로아스터교에서는 불과 물을 신성한 존재로 여긴다. 불은 아후라 마즈다의 지혜와 순수함을 상징하며, 조로아스터교의 예배 공간인 ‘불의 사원’에서는 항상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관리된다. 이러한 신성 개념은 장례 방식에도 강하게 작용하여, 시신을 불에 태우는 행위는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또한, 물은 정화와 생명의 상징으로, 시신을 물에 띄워 보내거나 물속에 안치하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물이 오염될 경우 공동체 전체의 정결성이 손상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로아스터교의 장례 절차는 신성한 불과 물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로 인해 장례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고, 다클마는 이러한 금기 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로 발전했다. 이와 함께, 장례 이후에도 시신을 다뤘던 사람은 일정 기간 사회적으로 격리되거나 정결 의식을 수행해야 했다. 이는 고대 사회의 위생 개념과 종교적 순결 개념이 결합된 결과이며, 조로아스터교가 생명과 환경을 중심에 두고 종교 체계를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현대 이란과 파르시 공동체의 장례문화 변화

 

오늘날 조로아스터교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만 명 정도로, 그중 상당수는 인도 뭄바이에 정착한 ‘파르시(Parsi)’ 공동체다. 이들은 10세기경 이슬람 세력을 피해 이란에서 인도로 이주한 조로아스터교 후손들로,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 사회에 맞는 방식으로 장례문화를 점차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현대 이란에서는 도시화, 위생 문제,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다클마를 이용한 전통 장례가 거의 사라졌다. 테헤란과 야즈드 등 일부 지역에는 다클마 유적이 남아 있으나, 현재는 대부분 법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조로아스터교도들은 전통 장례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화장이나 친환경 매장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도의 파르시 공동체 또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뭄바이 인근의 다클마 지역에서는 독수리 개체 수 감소로 인해 장례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태양열로 시신을 분해하는 설비’나 ‘친환경 매장지’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실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조로아스터교 장례문화가 단지 전통의 보존이 아닌, 그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와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시도임을 보여준다. 자연을 정결하게 지키는 조로아스터교의 근본정신은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은 점차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