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마다가스카르 뼈 돌리기 전통과 장례 절차

foco37god 2025. 6. 27. 18:06

죽음은 대부분의 문화에서 이별과 슬픔의 순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마다가스카르(Madagascar)의 일부 민족에게 죽음은 끝이 아닌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다.

특히 마다가스카르의 대표적인 장례문화인 ‘파마디하나(Famadihana)’, 즉 '뼈 돌리기' 의식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장례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파마디하나는 단순한 추모 의식을 넘어, 죽은 조상과 살아 있는 후손이 다시 만나 춤추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축제와도 같은 의식이다. 이 독특한 장례문화는 조상숭배와 공동체 중심의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이 글에서는 마다가스카르의 뼈 돌리기 전통이 지닌 철학과 문화적 의미, 그리고 구체적인 장례 절차를 소개한다. 또한 이를 통해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가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는지를 살펴보고,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이 문화마다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탐구해본다.

 

마다가스카르 전통 무덤에서 진행되는 조상 재회 의식

 

 

파마디하나의 기원과 조상 중심 세계관

마다가스카르의 파마디하나는 주로 말라가시(Malagasy) 민족 중 고산 지대에 거주하는 메리나(Merina)족과 베츨레오(Betsileo)족 등에서 행해지는 전통이다. 이들은 조상숭배 사상이 매우 강하게 남아 있으며, 조상은 죽은 뒤에도 후손의 삶에 영향을 주고, 운명을 인도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런 믿음에 따라 조상은 단지 ‘죽은 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가족의 일원’으로 간주된다.

파마디하나는 이 조상들과 다시 만나기 위한 의식으로, 보통 사망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일반적으로 5~7년), 무덤을 다시 열고 시신을 꺼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때 시신은 천으로 감싼 상태이며, 가족은 새 천으로 다시 감싸주고 향을 피우며 정성껏 모신다.

이 의식의 목적은 단순히 시신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상과 다시 교류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데 있다. 후손들은 조상을 등에 업고 마을을 돌며 춤추기도 하고, 조상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가정의 평안을 기원한다.

이러한 행위는 후손과 조상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동체 내에서 가족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파마디하나 절차: 죽은 자와의 재회와 축제의 장

 

파마디하나는 보통 건기인 6월에서 9월 사이에 열리며, 가족 단위로 진행되지만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공동체 행사로 확대되기도 한다. 절차는 복잡하지만 일정한 흐름을 따른다.

먼저 가족은 무덤을 열기 위한 날짜를 정하고, 이 소식을 친척과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무덤은 대부분 석재 구조로 되어 있으며, 시신은 안에서 천에 싸여 묻혀 있다. 의식 당일에는 무덤을 개봉한 뒤 시신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낡은 천을 벗겨낸다. 이후 향을 피우고 음악을 틀며, 새 천으로 다시 감싸는 의식을 진행한다.

이때가 가장 상징적인 순간으로, 가족들은 시신을 들어 춤을 추며 마을을 돈다. 이 과정은 엄숙하기보다 기쁨과 웃음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며, 살아 있는 이들과 죽은 자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종의 ‘재회 축제’로 여겨진다.

많은 경우 고인의 생전 이야기를 나누거나, 조상에게 감사의 편지를 낭독하기도 한다. 이후 시신은 다시 무덤으로 모셔지며, 가족은 향후 몇 년 동안 다시 조상을 모실 준비를 한다.

이러한 절차는 물리적으로는 ‘뼈를 꺼내고 다시 넣는 행위’지만, 정신적으로는 ‘기억을 다시 꺼내고 다시 새기는 의식’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후손들에게 조상이 단지 과거의 인물이 아닌, 지금도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죽음을 기념하는 방식: 슬픔이 아닌 축제로

 

파마디하나는 일반적인 장례문화에서 보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물론 고인이 처음 세상을 떠났을 때는 장례식을 통해 슬픔을 표하지만, 이후 파마디하나는 삶의 연장선에서 조상을 기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장례관은 죽음을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으로 이해하는 문화적 시각에서 비롯된다. 삶과 죽음은 연속된 흐름이며, 조상은 그 흐름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다. 따라서 죽음은 ‘단절’이 아닌 ‘전환’으로 인식되고, 그 전환의 순간을 공동체가 기념하고 축하하는 것이다.

이 축제에는 음악, 춤, 음식, 음료가 빠지지 않는다. 가족은 고인을 기리는 노래를 부르고,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친지들과 음식을 나누며 친목을 도모한다. 일부 마을에서는 연극을 하거나 전통 의상을 입고 행진을 벌이기도 하며, 이는 조상을 영광스럽게 대우하려는 일종의 예술적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조상과 후손의 정서적 결속을 강화할 뿐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간의 연대도 깊게 만든다. 파마디하나는 단순한 장례 의식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과 문화적 연속성을 재확인하는 집단적 의식이다.

 

현대화 속 파마디하나의 변화와 문화적 지속성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점차 도시화와 종교적 변화(특히 기독교의 확산)로 인해 파마디하나의 빈도와 형식은 변화하고 있다.

일부 기독교 단체는 시신을 다시 꺼내는 행위를 신성모독으로 간주하거나, 위생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전통을 반대해 왔다. 또한 경제적 비용이 부담되는 가족은 파마디하나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마디하나는 마다가스카르인들의 정체성과 문화적 뿌리로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파마디하나를 관광자원화하여 외부인에게 공개하거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하여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또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예술, 문학, 패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에서는 파마디하나를 ‘문화다양성’의 관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마다가스카르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된 적 있으며, 파마디하나를 통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공유하고자 하는 학술적, 문화적 시도도 활발하다.

결국 파마디하나는 시대 변화 속에서도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가족 간 연결의 상징으로 재해석하는 독특한 문화적 자산으로 살아남고 있다. 이는 죽음이라는 보편적 경험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