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교회(Orthodox Church)는 죽음을 ‘영혼이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는 통과 의례’로 이해합니다.
비잔틴 제국 시절 예식서 Εὐχολόγιον에 근거한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큰 변형 없이 이어지며, ‘죽음은 끝이 아닌 부활을 향한 관문’이라는 신학적 인식을 장례 전 과정에 녹여 냅니다.
본 글은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라는 거시적 틀 속에서, 그리스 정교회가 실천하는 세 단계 장례 예식—프로테시스(Prothesis·입관 및 경야기도), 에피타피오스(Epitaphios·장례 미사), 코밈마(Committal·매장 및 추도)—를 살펴봅니다.
나아가 이 의례가 섬마을·대도시·디아스포라 공동체에서도 동일한 형식을 유지하며 ‘전통의 보편성과 지역의 적응성’을 동시에 구현해 온 과정을 탐색하고,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관계적 죽음’의 의미를 회복할 실천적 통찰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속 ‘프로테시스(Prothesis)’와 가족 공동체의 의미
프로테시스는 시신이 가족 품에 머무르며 시작되는 경야(警夜) 예배입니다. 관을 열어 둔 채 ‘현현’ 상태로 두어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게 하는데, 이는 라틴 가톨릭의 비질과 유사하면서도 그리스 정교회 특유의 공개성과 공동체성이 더 강조됩니다.
가족이 직접 시신을 목욕시키고 올리브유·포도주로 정화하며 흰 수의와 붉은 실을 매는 과정은 “세례로 입은 새 옷을 부활 때까지 보존한다”는 교리를 시각화합니다.
관 위에는 성경·아이콘·향로·국화가 놓여 ‘잠시의 고요’를, 발치의 두 촛불은 영혼의 길을 비춥니다. 방문객은 관을 세 번 만지고 “아이오니아 이 미니(영원히 기억되소서)”를 속삭이며 빵·와인·올리브를 기증합니다. 고대 헬라 필로테리아 전통과 기독교 자선 문화가 결합된 이 행위는 애도를 ‘공동체적 나눔’으로 전환해 심리적 안전망을 형성합니다.
사제가 세 차례 낭송하는 ‘트리사기온(거룩하시도다 삼창)’은 개인의 슬픔을 교회 공동 기도로 승화시키며, 밤새 이어지는 시편 봉독과 ‘케델레오(함께 울어 주기)’ 풍습은 상실감을 공적 치유의 장으로 전환합니다.
새벽 무렵 사제가 관 뚜껑을 덮으며 선포하는 **“케크림메논(숨김)”**은 육체는 덮이되 영혼은 빛으로 나아간다는 선언으로, 프로테시스의 밤을 ‘눈물의 자리이자 희망의 시작’으로 마무리합니다.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속 ‘에피타피오스(Epitaphios)’—공동체 예배와 추모
새벽 종소리 세 번이 울리면 관은 행렬과 함께 성당으로 이동합니다.
중앙에 안치된 관 위에는 예수의 안식 장면이 수놓인 ‘에피타피오스’ 천이 덮이고, 사제가 관 주위를 세 바퀴 돌며 향을 뿌립니다(삼위일체 · 영원 순환 상징). 예배는 시편 90편과 ‘사자 복음’(요 5:24) 봉독으로 시작해, 성가대가 장송 성가 ‘케드리케’를 선창하고 회중은 촛불을 흔들며 후렴 “아이오니아 이 미니”를 합창합니다.
성찬례에는 고인을 위한 특별 기도문이 삽입돼 지상 교회와 천상 교회의 신비적 연대를 드러냅니다. 예배 뒤에는 성당 앞뜰에서 **‘마카리아’**라 불리는 애도 오찬이 열려, 삶은 밀·꿀·견과류로 만든 콜리바와 커피·브랜디를 나눕니다.
밀알은 “땅에 떨어져 썩어야 열매 맺는다”(요 12:24)는 부활 신앙을, 꿀은 천국의 단맛을, 견과류는 생명의 다양성을 상징합니다. 루마니아·세르비아·조지아 등도 유사한 콜리바 문화를 공유해,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가 교류·변형되며 이어져 왔음을 보여 줍니다.
마카리아 중 이어지는 ‘유로로기온’(감사 연설)과 장례 캔타타는 애도·음악·음식·행렬이 결합된 복합 예술이자, 상실을 ‘미학적 추모’로 승화해 사회 통합 기능을 수행합니다.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속 ‘코밈마(Committal)’—흙으로 돌아가는 신학적 상징
묘지에 도착하면 사제는 흙·올리브유·포도주·향료를 준비합니다.
먼저 흙 세 삽을 던지며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니라”(창 3:19)를 선언하고, 붉은 와인·올리브유를 관 위에 부어 그리스도의 피와 성령의 기름 부음을 상징합니다. 마지막으로 뿌려지는 로즈워터와 향료는 부활의 새벽을 암시합니다.
봉분 위 흰 돌에는 십자가와 “ΚΒ(그리스도 왕)”가 새겨져 동로마 군인 묘비 전통을 계승합니다. 장례 직후부터 9일·40일·3개월·6개월·1년마다 ‘미네모시노’ 추도 예배가 이어지는데, 특히 40일은 예수 승천을 기념해 영혼이 하느님 심판대에 이르는 상징적 날짜로 여깁니다.
콜리바를 다시 준비해 고인 이름을 부르며 ‘영원한 기억’을 약속하는 이 의례는 헬라 페리테르미아·슬라브 ‘라두니차’와 함께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가 공유하는 ‘주기적 추모’ 관습을 보여 줍니다.
아테네·테살로니키 등 대도시에서는 묘지 공간 부족으로 3~5년 뒤 유골을 이장·납골당에 안치하는 ‘2단계 매장’이 일반화됐으며, 2020년대 화장 허용 이후에도 정교회는 화장 유골에 미네모시노 예배를 진행해 전통을 부분 변형·유지하고 있습니다.
코밈마는 결국 **‘자연 회귀’**를 통해 상실 이후 삶을 재정렬하는 영적 리셋이자, 멕시코 디아 데 무에르토스·한국 성묘처럼 전 세계 장례 문화가 공유하는 ‘흙으로의 귀환’ 서사를 재확인합니다.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비교: 그리스 정교회 3단계가 주는 현대적 통찰
의료화·산업화된 현대 장례는 가족과 공동체를 장례 현장 밖으로 밀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스 정교회 3단계 절차는 가족이 시신 돌봄의 주체가 되도록 허용하고, 공동체가 예배·오찬·행렬로 상실의 충격을 분산시킵니다. 문화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프로테시스처럼 장례 준비에 능동적으로 참여한 유족은 병적 애도 발병률이 25% 이상 낮아집니다. 또한 에피타피오스의 집단 성가·향·촛불은 자율신경계를 안정시켜 장례 후 외상 반응을 완충하는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미네모시노 같은 ‘연속 추모’ 모델은 SNS 추모 페이지·온라인 추도 행사로 확장되며, 디지털 사회에서도 공동체 기억을 유지하는 방법론이 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그리스 정교회 장례의 ‘시간적 층위’(밤샘-새벽-사후 40일)는 고대 이집트 깃 여정 70일, 중국 도교 초혼 7일 등과 비교해 ‘주기·완급 조절’이라는 공통점을 드러내며, 인간이 상실을 ‘파동’으로 나누어 받아들이도록 설계된 문화적 메커니즘을 설명합니다. 최근 에콰도르·우간다 등 선교지에서는 현지 악기를 장례 성가에 접목해 **‘글로컬 장례 모델’**을 창출하고, 2024년 유네스코 보고서는 그리스 정교회 장례를 ‘대륙 간 문화교류의 살아 있는 예’로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통찰은 고령화·팬데믹 시대에 ‘존엄한 이별’과 ‘사회적 돌봄’을 아우르는 통합 모델로 재조명되며, 전통 장례 연구의 중요성을 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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