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의 장례식은 국교라 불릴 만큼 일상 깊숙이 자리한 소승불교(테라와다불교) 교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생과 사·이승과 내세를 연결하는 ‘공덕(꿘)’의 사슬 위에서 진행된다.
유족은 고인을 떠나보내는 동시에 남은 이들의 삶을 정돈하고 공동체적 인연을 확인하며, 스님들은 파알(Paritta) 독경으로 무상(無常)의 교훈을 일깨운다.
탑상 바른 기도소리, 향 짙은 백단 목재 관, 노란색 치위롬(승려 걸이옷)과 하얀 카닌(조문 리본)이 어우러진 장면은 “생전에 지은 선행이 곧 내세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테라와다 가르침을 눈앞에 시각화한다. 라오스 장례는 외형적으로는 태국·캄보디아와 비슷해 보이지만, 분황한 고무나무젖액을 초 대신 쓰거나 루앙프라방 왕실의 ‘콘 불라웃(왕릉나무)’을 장송 곡물로 활용하는 등 고유 전통을 품고 있다.
본 글에서는 ‘라오스 소승불교 장례 절차가 전해 주는 삶과 공덕’이라는 주제를,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라는 거시적 비교 틀 안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라오스 소승불교 장례와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의 접점
라오스 장례는 크게 예비의례(싸크헌)·본의례·사후공덕회로 나뉜다.
싸크헌에서는 고인의 머리를 동쪽(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방향)으로 두고 솟앙(대좌)에 올려놓으며, 고인의 집 마루 기둥에 흰 실 사이가이(생명 실)를 감아 승려석까지 연결하는데, 이는 태국·미얀마 불교권과 공유하는 ‘생명 에너지 통로’ 개념이다. 본의례 전날 저녁, 승려들이 도착해 통째로 밤새 독경을 하며 유족은 촛불을 이어받아 마음을 정화한다.
이 장면은 베트남의 밤샘 분향(밤통)이나 한국 불교 장례의 염불기도와 기능적으로 유사하지만, 라오스에서는 “선업이 실에 실린다”는 상징을 굳이 설법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장례 당일 아침, 동네 아이들이 탁발그릇에 밥과 라프(라오식 라우프)·찹스틱을 넣어 승려에게 공양하고, 승려들은 불송(팔리어 경문) 대신 라오 전통 민요 가락으로 위로송 ‘람 싸왕’을 읊어 공동체가 슬픔을 유연하게 흡수하도록 돕는다.
관을 메고 사원으로 행렬하는 과정에서는 고인의 평소 덕행을 읊는 ‘팁 싸낭’이 노랫말로 더해져 행렬 자체가 이동하는 강론장이 된다.
이는 네팔 불교 장례의 ‘바지노(BajraGuru)’ 행진과 닮았으나, 라오스 특유의 뽀빠(피리)·콩 솟(타악) 연주가 섞이며 “생전 공덕을 기억하고 확장하자”는 선포로 기능한다. 한편 화장을 택할 경우 벚나무 대신 현지 ‘던나이’ 장작을 사용해 꺼림없는 향을 유지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길이 치솟을 때마다 승려가 쌀을 뿌려 ‘음식공양·불공양·향공양’ 삼공양을 한꺼번에 완성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탁발과 송경: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 속 공덕 실천
라오스 장례의 핵심은 공덕 공유를 위한 탁발 의례(분알 꿘)에 있다.
유족은 장례 전‧후로 최소 세 차례 승려에게 공양하며, 공양물에는 찹쌀밥·바나나꽃·생강잎·파파야 절임 등 지역 식재료에 ‘생전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을 꼭 한 점 포함시켜 “맛의 기억=공덕의 기억”을 강조한다. 승려가 ‘삿칸 싸(깨달음의 쌀)’라는 팔리어 축원문을 외우고, 유족은 물을 그릇에 붓다 바닥에 흘려보내며 “흘러가는 물처럼 공덕이 세계 곳곳으로 퍼지라” 기원한다.
비슷한 의식이 스리랑카의 ‘판사쿠라’와 캄보디아의 ‘싸 바투 바앗’에도 있으나, 라오스 의례는 물이 흙으로 스며드는 감각을 중시해 마당 흙을 고운 모래로 바꾸지 않는다.
지속가능성·자연친화성을 불가분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승려가 유족에게 ‘꿘 바’(공덕꽃)라 불리는 작은 연꽃꽃다발을 건네면, 유족은 이를 관 위에 얹어 “고인의 선업이 꽃피운다”는 은유를 완성한다. 이 절차가 끝난 뒤, 동네 청년들은 빈 그릇을 모아 ‘빠리 얏(공덕상)’ 경매를 열어 소액을 기금으로 모으는데, 모인 돈은 고아원·노인정·학교에 기부한다.
장례가 사회 복지를 촉진하는 셈이다. 이는 일본 불교 장례의 ‘후량(法要·49재)’에서 모금 활동이 일종의 조위금으로 환원되는 구조와 비교해, 라오스가 장례를 공동체 복지로 직결시킨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화장·매장 선택의 유연성: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와의 대화
라오스는 전통적으로 화장을 선호했으나, 메콩강 상류 도시에서는 ‘카오 깻(흙으로 돌아간다)’이라 불리는 매장도 허용한다. 불교적 무상관을 바탕으로 “형식보다 유연성이 공덕을 돋운다”는 사고가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농촌에서는 매장 후 묘 위에 작은 불단을 세워 매년 ‘분 끼오폿(묘 축제)’을 열고, 도시는 화장 후 유골함을 집 안 부처단 아래에 두되 100일째 되는 날 ‘탓 꿘 팍 운(공덕 전달 의식)’으로 마을 승려가 직접 가정 방문해 축원을 해준다.
이는 한국 천주교 장례에서 유골함을 성당 납골당으로 옮긴 뒤 ‘위령 미사’를 지내는 절차와 기능적으로 유사하지만, 라오스는 ‘가내 불단’이란 공간을 통해 “사적 공간 속 공덕의 흐름”을 강조한다.
또한 화장터 옆에 나무 심기 봉사활동을 의무화하여, 라오스 환경부 지침에 따라 “장례 한 건당 묘목 네 그루”를 심도록 규정했다. 이러한 ‘생태 장례’적 요소는 호주 원주민 장례의 ‘스모크 세라모니’와 목표를 공유하면서도, 불교식 윤회관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결국 라오스는 장례 형식을 칼같이 고정하지 않고, 불교 교리에 기초한 ‘공덕회로’만 유지함으로써 각 지역·세대·경제 상황에 맞게 변주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글로벌 장례문화가 직면한 환경문제·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하나의 실험실이라 할 만하다.
삶을 비추는 공덕: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가 남긴 교훈
라오스 소승불교 장례는 단순한 작별 의례가 아니다.
장례 전후 1년 동안 이어지는 ‘분 꿘 남타(공덕 기억의 해)’에서는 매달 음력 보름마다 유족이 사원에 가서 음식을 시주하고 ‘람 훙’(영가 무용)을 본다. 무용수는 고인의 생전 직업·성격을 모티브 삼아 극적으로 표현하고, 관객은 웃음과 눈물 속에서 “공덕이라는 씨앗이 주위 사람에게 어떤 열매를 맺었는가”를 체험한다.
이는 멕시코 ‘디오스 데 로스 무에르토스’처럼 축제형 추모를 통해 삶·죽음 경계를 허문 사례와 통한다. 또한 라오스 교육부는 2023년부터 중등 교과서에 ‘라오스 장례의 가치교육’을 포함해, 학생들이 장례 참여 시 공덕의 의미를 직접 느끼고 “선행=사회 자본” 공식을 내면화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제도화는 미국의 그린버리얼 운동이나 한국의 기독교 장례 교육과 달리, 불교 교단·국가 기관·지역 공동체가 삼위일체로 협력해 장례를 삶 교육으로 확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요컨대 라오스 소승불교 장례는 개인의 마지막 의식을 넘어 공동체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는 거대한 플랫폼이자, ‘각국의 전통 장례문화 및 장례 절차’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 모델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공덕을 매개로 한 연대·자연 친화적 실천·형식의 유연성이 시사하듯, 장례는 단절이 아닌 순환이다.
마지막 숨이 남긴 여운은 다음 세대를 향한 도덕적 자본으로 환생하며, 우리는 매 순간 ‘어떤 공덕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선다. 라오스 장례가 들려주는 진언은 결국 ‘살아 있는 오늘’을 공덕으로 채워야 한다는, 언제나 현재형의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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